지난 월요일 아침 교단 목사님들과 임원 회의를 하는 중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P집사님이었습니다. “목사님, 장모님이 시카고 시간으로 오늘 새벽 소천하셨답니다.” “P 권사님은 어떠세요?” 거의 반사적으로 되물었습니다. 엄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딸의 마음이 염려되었던 겁니다. “괜찮아요. 평온합니다.” 묻는 자의 마음을 배려한 형식적인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P 집사님의 음성은 진짜 괜찮다는 진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추도 예배 날자는 수요일 저녁으로 정해졌습니다. 목자들을 통해 비상연락망을 가동한 후, 말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하는 중 성령 하나님께서 마가복음 12 26-27절 말씀을 생각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들려주신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말씀을 통해 부활이 분명히 있음을 가르쳐주고 계신 주님의 음성을 담고 있습니다. 말씀을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이상할 정도로 평강했습니다. “마지막 모습이 아기처럼 평안했다고 합니다.” “소천하시기 며칠 전 자녀들 하나하나를 위해 기도하셨답니다.” 전화 통화할 때 P 집사님으로부터 들은 임종에 대한 조각 정보들이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10분전쯤 P집사님 댁 앞에 도착했습니다. 드라이브웨이와 집 근처 도로가 이미 도착한 차량들로 넘쳐났습니다. 집을 둘러싼 차량을 통해 성도들의 사랑을 보며 현관문을 들어섰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유가족들에게 고인에 대한 추억을 들려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P 권사님. “한국의 언니 오빠들이 전해준 엄마의 임종 소식을 듣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어요.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편안하셨다는 거예요. 마치 잠든 아기의 모습과도 같았답니다. 더 놀라운 건 임종하시기 전 날에 있었던 일이었답니다. 갑자기 일어나신 엄마가 눈을 감고 뭔가 중얼거리시길래 올케가 가만히 들어보았데요. 기도였답니다. 자녀 하나하나의 이름을 불러가며 축복 기도를 하시더래요. 그래서 한국에서 치른 장례 예배가 식구들의 기쁨 속에서 마치 축제처럼 진행되었다고 해요. 하나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P집사님. “결혼을 승락받기 위해 장인어른 댁을 찾아갔던 날이 생각납니다. 장인어른은 눈에 흙이 들어가도 이 결혼은 안 된다고 호통을 치셨어요. 믿지 않는 가정에 딸을 보낼 수 없다는 뜻이셨습니다. 그때 장모님은 아무 말씀없이 제 얼굴만 쓰다듬어주셨어요. 그 따뜻한 손길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장모님의 진실된 기도도 생각이 납니다. 처가를 방문해서 식사할 때면 장모님이 기도하셨는데, 그 기도가 참 길었습니다. 식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하시느라 그랬습니다. 그때는 참 지루하게 느껴졌던 기도가 지금은 장모님의 사랑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장모님의 기도가 결국은 절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미국에서의 추도 예배도 기쁨과 감사로 가득한 천국 환송 축제로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성경의 인물들에게 그들의 삶에 적합해보이는 비문을 붙여보았습니다. ‘아브라함: 끝까지 믿다’ ‘요셉: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고 즐기다’ ‘다윗: 목자인 하나님 뒤를 항상 따르다’ ‘사울: 겸손으로 흥했다가 교만으로 망하다’ ‘다니엘: 사자굴 앞에서도 기도하다’ ‘: 고통 속에서 정금같은 믿음을 얻다’ ‘바울: 복음의 빚을 갚다 가다’ ‘바나바: 모두에게 위로를 베풀다작업에 열을 올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나님 품에 안기기 전 내 마지막 모습은 어떨까? 나를 위한 추도 예배 때, 우리 아이들은 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까?’

자손들에게 아름다운 신앙의 추억을 남기고 깊고 평안한 잠에 취한 아기의 표정으로 하나님 품에 안긴 고인이 부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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