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편지
| 편지 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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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주님 안에서 문안 드립니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먼저 자연이 가을을 외치고 있습니다.
몸에 와닿는 햇살부터가 그렇습니다.
가을 햇살은 찌르듯이 강렬하지만 눅지근한 무더움을 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살같이 뽀족한 햇살이 깊이 스며들어
과일과 곡물을 숙성시키고 이파리의 색깔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늘 같은 모양인데,
지구의 위치와 기울기를 통해 햇살의 내용(질)을 바꾸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오묘할 뿐입니다.
오늘 새벽에는 안개를 만났습니다.
밤새 대기로 올라가려 애쓰던 수증기들이 차운 새벽 공기에 부딛혀 몸이 무거워져버리고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지상에 구름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실패’ 보다는 ‘미’를 보게 됩니다.
시카고라는 드넓은 공간을
밤사이 반투명 흰색 커튼으로 장식하신 하나님의 솜씨가 아이처럼 신기할 뿐입니다.
새벽 예배에 나오시는 성도님들의 옷차림새가 바뀌었습니다.
어두운 색 계통의 점버나 자킷을 걸친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물론 여전히 반팔 차림으로 나타나 젊음을 과시하는 분들도 계시지만J).
‘이제 옷차림을 바꿀 때가 되었네’ 하는 생각을 사람들의 마음에 넣어주시고
옷장을 뒤적거리게 만드신 분도 계절을 움직이시고
그 계절을 감지케 하신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되자…
많은 사람들을 동시에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거대한 영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삶에 여백들이 생겨납니다.
평소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됩니다.
여름에도 그냥 그곳에 서 있던 나무들인데 색깔만 변했을 뿐인데,
그 나무들이 내다보이는 창문 앞에 물끄러미 서서 시간의 흐름을 가늠해봅니다.
한 잔의 커피 앞에서도 평소엔 느끼지 못하던 감동을 느낍니다.
코 만을 자극할 뿐이던 커피향이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커피 한 잔의 순간도 일에 쏟던 바쁜 마음이 커피 색을 닮아가는 나뭇잎에 가 닿습니다.
그러면서 인생의 의미를 독백하기도 합니다.
평소보다 손길이 많이 가는 책,
그속에 담긴 글들이 눈을 통해 머리로 가는 흐름을 바꿔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일상의 것들로 가득해서 서양화 같던 우리의 삶을 여백의 멋과 맛을 담은 동양화로 바꾸어주시는
멋장이도 바로 하나님이시라는 생각에 그분에 대한 사랑이 울컥 솟구칩니다.
그리고…익어서 누래진 옥수수들을 바라보면서 추수를 생각하게 됩니다.
메시야를 만나기 위해 주님께로 나오던 사마리아 사람들을 보고 하시던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눈을 들어 밭을 보라 희어져 추수하게 되었도다.”
그러고보니 우리 주변의 영의 세계는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후로 항상 추수 때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당연히 이미 영생을 얻은 우리 성도들을 추수 때 밭에서 일하는 일꾼들입니다.
군인 시절 추수 사역을 나갔다가 기억에 담아 두었던 낱가리들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러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봅니다.
“내가 쌓은 낱가리의 높이와 너비는 얼마나 될까?”
갑자기 얼굴이 화끈해집니다.
이번 가을에는 우리 모두 감사 찬송부르며 영혼 추수에 힘쓰길 소망합니다.
이 준 목사 드림


